편지

잊혀진 소중한 사람과 고모

Stage2 2024. 9. 16.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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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추석 연휴의 중간을 지나고 있다.

더위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가을의

등장을 시기하고 있는듯 하다.

 

며칠전 작은고모로부터 문자

하나를 받았다.

작은고모부가 책을 내었다고 했다.

"아버지의 수레"라는 제목이고

한번 사서 읽어보라고 말이다.

 

잊고 있던 나의 소중한 사람 목록에서

작은고모가 다시 소환되었다.

그동안 멀리 떨어져 살고 있다보니

자주 보지 못한 환경적 영향이 크다.

 

최근에 본것이 18년 뜨거운 여름이었다.

그때만 해도 고모부가 태백시 공무원으로

재직중이셨고 이후 시인으로 등단했다는

소식을 듣기만 했었다.

 

은퇴이후에도 일반 민간기업 사장으로 계시다

지금은 태백시설공단 이사장으로 계시면서

또다른 새로운 도전을 하고 계신 고모부가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고모와 나이차이는 11살이라 어떻게 보면

큰 누나같은 느낌이다. 

내가 어릴적 태백에 유년시절을 보낼때

고모를 따라 교회에 갔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까마득한 옛 추억들이 갑자기 소환되어

고모에게 전화를 하였다.

 

퇴근하는 길이었고 고객과의 잡아놓은

약속장소를 가는 길이었지만 더 이상의

시간을 지체할수 없다고 생각했다.

 

고모는 여전히 인근 회계사무실을 나가고

계시고 두명의 남자 사촌들도 잘 지내는지

안부를 물으며 오랜만에 정겨운 대화를

통해 고모에게 살갑게 내 안의 감정들을

내비치며 고모부의 책에 대해 축하를 

해 주었다.

 

추석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 적절하게

안부도 묻고 명절 인사를 할수 있게되어

일석이조의 효과였다.

 

"아버지의 수레"를 4권 구매했다.

책의 장르는 시집이었다.

동생들이나 아는 지인을 주기 위해 좀

넉넉하게 주문했다. 

고모에게 5권을 샀다고 했는데 약간

양심에 가책이 느껴진다.

 

내 어릴적 고모부와의 추억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고모부를 생각하면 고모와 함께

항상 따뜻하고 하얀 햇살같은

삶을 사시는 분이셨다.

한번씩 찾아뵐때마다 부담스러울만큼

커다란 환대와 환영을 해주셔서

좋은 기억들만 존재하고 있는 그런 분들이다.

 

평소에 잊지않고 지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내 곁에

소중한 이들을 재 점검해볼수 있어

좋았다.

 

"아버지의 수레"에서 고모부가 바라본

조카들의 모습과 채취도 함께 느껴볼수

있는 그래서 행복한 옛 추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을 가질수 있기를

바래본다.

 

2.

나도 현재 누군가의 고모부이다.

그런데 그 조카들에게 나는 어떻게 보일지

의문이다.

 

내 아내와 오빠는 배다른 형제라는 설정이

뭔가 하나의 벽이 되어 있는듯 했다.

그렇게 어릴적 그 형님댁에 명절이나 제사를

지내기 위해 찾아 뵙는 것 이외에는 별도의

왕래가 없었기에 조카들도 고모부에 대한

애틋함이나 추억이 없었을테다.

 

더구나 나의 경제적 상황이 몇년전부터

힘들어지고 아직도 그런 빚의 허덕임에 메어

있는 상황이다 보니 나 스스로가 많이 위축되고

가족 친지들 앞에 쉽게 나서기가 어려워 졌다.

 

작년과 재작년 두명의 여자 조카들이

모두 시집을 가고 이제 완전히 출가를 하였다.

그 신랑들을 결혼식과 폐백때  잠깐 보았을뿐 

그 뒤 별도로 만남을 가진적이 없는 터라 

이젠 더욱 더 조카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기란

불가능해졌다.

 

그저 형님과 아즈머님을 통해 조카들의 소식을

듣고 그들의 사회적 지위 상승이나 업적들을

간접적으로 자랑하시며 웃줄해 하시는 두분의 형님

내외분들을 보며 소식을 들을 뿐이다.

 

어찌되었든 내가 잘 살면 되는 것이다.

누구를 탓하거나 기분나빠할 것 없이

모든 원인을 나에게서 찾아보면 해답을

찾을수 있다.

 

추석명절 이브를 하루 앞둔 시점에 

고모부의 존재가 어떤것인지를 새삼

생각해 볼수 있었고 

왠지모를 서운함을 더이상 내 마음에

가지고 있지 않고 풀어야겠다는 결심

을 하게 되는 시점이다.

 

내일이면 이제 가을이 성큼 다가올지

모르겠지만 오늘의 나의 결심처럼

그렇게 빨리 와서 새로운 계절의 변화가

오기를 기대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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