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완벽한 추석

Stage2 2024. 9. 23.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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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석은 나름 완벽했다.

 

추석이브 저녁

막내 동생네 가족들과 둘째동생,

우리가족 특히 아내도 함께 모였다.

엄마가 아프셔서 추석음식을 

따로하지 않고 포장 음식으로

대신했다.

 

추석이면 엄마가 해주시던 송편과

제사음식이 그립긴 하지만 현재의

상황도 나쁘진 않았다.

 

막내동생네가 전과 막걸리를 사왔다.

그래도 추석에 전이 있어야 명절

기분이라도 낼수 있다기에 사왔다.

아주 짧지만 엔돌핀이 솟으며 명절

의 느낌이 배가 되는듯 했다.

 

나는 마트에서 회와 쭈꾸미 무침요리

를 준비했고 추후 인근 중국집에

시그너쳐 메뉴인 짬뽕탕과 쟁반짜장을

시켰다.

 

음식을 하지 못하는 엄마가 그래도

식구들을 위해 준비한 닭백숙을

나눠 먹으며 술과 함께 몇개월만의

서로의 회포를 풀며 즐길수 있었다.

 

에어컨이 없는 방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추석에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덕에 고기를 굽거나 불을 통해

요리를 하는 것을 아예 하지 않았다.

 

막내와 아내간의 쌓인 그동안의

앙금을 풀기위해 처음 음식을

먹기 전에 술을 전부 잔에 따르고

건배를 제의 했다.

건배를 하며 모두 명절을 축하하며,

그동안 서로 묵혀 왔던 서로간의

갈등을 풀어버리자고 건배사를

했다.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

 

둘째동생만 아직 솔로인게 아쉽긴하다.

막내동생 자녀인 두명의 조카에게 용돈을

주며 명절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었다.

제수씨와 술잔을 부딪히며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 나갔다.

 

어느덧 두어 시간이 지난 시점

둘째 동생과 막내동생간 약간의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3개월전 돌아간신 큰고모부의 장례식장에서

둘째가 일찍 만취하며 제대로 손님 접대를

하지 않은것에 대한 막내의 하소연같은

것이었다.

 

제수씨와 나는 이게 무슨일인지 수습에 나섰다.

막내는 제수씨에게 괜한 수습 시도를 했다가

오히려 역풍이 일었지만 나의 조심스런 개입으로

그나마 서로간의 목소리의 톤과 얼굴 표정이

정상적인 모드로 돌아오게 되었다.

옆에계신 엄마도 불편하셨는지 

이제 술을 그만 먹으라며 한소리를 하신다.

 

아내는 저녁을 너무 많이 먹었는지 

부엌과 거실을 왔다갔다 하며 소화를 

시키는 듯하더니 아예 운동을 하러 바깥에

나갔다 들어왔다.

아내의 오랜만의 시댁식구들과의 만남임에도

부드럽게 갈등없이 넘어가서 다행이다.

 

아들도 이제 성인인지라 삼촌들이 주는

술잔을 같이 받아 들고 건배를 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렇게 삼대가 함께 하며 추석이브의

밤은 깊어 갔다.

 

동생들과 제수씨 아내 아들 모두 분위기가

무르익어 노래방을 가려 했으나

아내의 배탈로 인해 계획은 틀어졌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제 각자 집으로

향했다.

제사를 지낼 필요가 없다보니

이브 저녁에만 모임을 가지고

모두 헤어지기로 했기 때문이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너무 깊은 만남을 통해 일어나는

갈등의 불씨가 없이 각자 헤어질수

있어 깔끔했다.

 

그렇게 뭐처럼 완벽한 추석을

보낼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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