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엄마 병상 일기_입원 15일 차

Stage2 2023. 9. 2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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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상태는 이번주 월요일을

기점으로 뭔가 회복되시기 시작하였다.

그러고 보니 입원 11일차 부터이다.

 

월요일 아침 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어제 밤에 의사선생님께 편지를 쓰셨다고 했다.

무릎이 많이 아파 수술도 해야되는데

그렇게 되면 병원비가 많이 나오게 되니

현재 4인실 병실보다 다인실로 옮겨달라고 말이다.

 

뭔가 삶에 대한 의지와 의욕이 생기기 시작한

신호가 세로토닌과 도파민 같은 호르몬의 조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추측해보았다.

 

월요일과 화요일 모두 다른 약속때문에 엄마

병문안을 가지 못했지만 이미 엄마의 증세가

호전되어 나의 방문없이도 불안해 하지 않고

잘지내고 계셨다. 전화통화로도 충분했다.

 

수요일 13일차에 병문안을 가니 

병실 밖 의자에 혼자 나와 있으셨다.

평소같으면 본인 침대에 꼭 박혀 있으실

엄마의 모습과는 완전히 대조가 되었을것이다.

 

병실 안이 답답하고 TV소리가 싫다고 했다.

빨리 퇴원을 하고 싶지만 겨우 참고 있다고.

한참을 밖에서 엄마와 이야기하다 다시 병실을

모시고 들어갔다. 스스로 목욕까지 하셨는지

머리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목요일 14일차엔 엄마의 목소리가 가라

앉아 있었다. 불안으로 인한 가라앉음이

아니라 기력이 없어지거나 다른 것으로 인한

원이이었다. 

비록 목소리는 잘 나오지 않았지만 육체와

정신은 똑바르게 서 있었다.

의사 선생님의 회진이 있었는데 엄마는

의사 선생님을 보시자 침대 옆에 서서 

선생님의 회진을 맞이 하셨다.

선생님도 나를 보고는 어머님 상태가

처음 보다 어떠시냐고 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모든 삶의 의욕과

기력이 살아나시고 좋아보이신다고 했다.

이내 선생님께서 엄마의 상태를 보시며

하시는 말씀이 "다음 주 추석전에는 퇴원할

수 있도록 해볼게요" 라고 하셨다.

 

생각보다 빠른 퇴원 권유 소식에 조금 

흥분되었다. 추석을 지나고 1달이 지나도

차도가 없으면 어떻게 할지 무척이나

걱정했는데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오늘 15일차 엄마의 병문안을 갔다오며

웃는 엄마의 모습을 보았다.

냉장고에 있는 한약을 간호사 몰래 먹으려다

다시 숨기고 했다며 미소를 지으시며 웃으셨다.

 

그리고는 다음주 퇴원할때 입을만한 옷을

가지고 오라고 신신 당부를 하셨다.

또한 아내와의 통화에 대한 못마땅한 부분도

이제 강하게 이야기하며 나에게 불평을 하셨다.

 

거의 모든 기능들이 정상적으로 돌아오고

계심에 너무나 감사하다.

우리나라의 노인인구가 점점 증가하고 

고령사회가 이미 와버린 지금 현재

나또한 이로부터 자유로울수도 없음을

인지하며 더욱 겸손해 질 필요를 느낀다.

 

반면 이를 잘 치유하며 송장직전에 있는

사람의 몸과 혼과 정신을 다시 살아나게

해 주신 우리나라의 의학기술과 의사선생님

께 무한한 존경심을 표하고 싶다.

 

엄마가 우울증과 겪으며 함께한 기간이

거의 8개월이 되어가며 이제 완전한

치료는 아직 요원하지만 

퇴원 이후에도 지속적인 통원치료를 통해

관리하며 남은 여생을 더욱 재미나게

사실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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