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엄마 병상일기_입원 23일차

Stage2 2023. 10. 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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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은 처음으로 엄마가 

병원에 계속 입원할수 밖에 없어

우리 형제들끼리 각자 추석을보내게

되었다.

 

엄마의 상태가 호전되는듯 하더니

불안의 강도가 다시 조절되지 않아

계속해서 부정의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의사선생님은 추석전에 퇴원해도 

된다고 하셔서 퇴원을 준비했었지만

실제 엄마의 상황은 아직 퇴원을

하기엔 정신상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을 감지할수 있었다.

 

막내동생과 상의를 하고 일단 추석

명절을 쉬고 상황을 더 지켜보기로

했다.

엊그제 추석이브와 어제 추석날 최악의

컨디션을 보이시는 엄마를 보며

입원하기 전 상태로 다시 돌아온

상황같아 마음이 아팠다.

 

과연 약물로도 조절을 해도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치료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번 연휴는 더욱 더 길어 선생님의

회진이 없다보니 불안증이 심할때

그냥 간호사에게 추가 안정제를

요청하는 것이 엄마가 할수 있는

최선이다.

 

엄마의 불안한 증상으로 인해

뿜어나오는 부정적 말들로 인해

옆에 있는 병상의 환자가 견디

지 못하고 다른 병실 옮겨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4인실 중 나머지 한분만 엄마와

함께 계시며 엄마는 그분을 의지

하시며 당신의 그 불안을 달래고

이겨나가려 하고 계신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엄마보다

4살이 많으시다 보니 엄마가 더 

의지적으로 쉽게 기대며 "형님"

이라 부르고 친해질수 있었던것

같았다.

 

하지만 엄마의 부정적 언행이

계속적으로 엄마도 모르게 튀어

나온다면 마지막으로 계신 그 분도

어쩌면 엄마와 다른 병실로 옮길수도

있겠다는 염려가 들었다.

 

어제는 아내가 직접 만들어준 산적꼬지와

깻잎전 그리고 부추전을 가져다 드렸다.

맛있다고는 하시면서도 이걸 또 어떻게

다 먹냐며 왜 가지고 왔느냐며 쓸데없는

걱정의 말들을 쏟아 내셨다.

 

오늘은 아내와 시내에 나와 시간을

보내게 되어 엄마에게 들리지 못했다.

엄마와 전화만 하며 안부를 전했는데

여전히 불안함이 전화기 너머로 묻어

나왔지만 어제보다는 약간 좋아진 

느낌이다.

 

아직 완쾌하지 못한 엄마의 상황을

볼때 약물로만 치료하기엔 역부족인

듯하다.

뭔가 심리상담을 통한 정신의 물리

치료같은 별도의 치료프로그램도

필요한듯 한데 선생님과 상담해

봐야할 문제이다.

 

엄마에 대한 걱정이 내 인생 걱정의

약 3할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걱정을 걱정으로 보지말고

그냥 나의 삶과 인생과 별도로 분리하며

투 트랙으로 가야할 필요성을 느낀다.

 

현상은 똑같이 벌어진 일이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하는가는

결국 내가 어떻게 판단하느냐 하는

나의 통제영역 안의 것이기에 

관점을 새롭게 전환해 보기로 했다.

 

이제 좀 편안하고 담대하고

잘 살아갈수 있을 것 같다.

 

남은 연휴의 여유로움과 한가로움을

현명하게 즐길수 있도록 해야겠다.

 

 

비트켄슈타인의 토끼?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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