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코로나가 만든 훈련소 진풍경

Stage2 2021. 8. 1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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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아들이 군입대후 처음으로 휴가를 받아 집에 왔다.

기쁜 마음과 동시에 그동안 고생했을 아들이 안스럽고 매우 대견스러워 보였다.

 

내가 겪었던 과거의 군생활과 아들의 현재 군생활을 서로 공유하며 한참을 이야기했다.

특히 아들이 처음 논산훈련소에서 겪었던 일들은 썩소를 지을수 밖에 없었다.

 

처음 입대후 신교대에서 2주간은 아무것도 할수 없이 격리 되었다고 한다.

각각의 생활관에 약 10명남짓한 병사들이 함께 들어가서 가만히 대기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화장실 사용이었다.

각 방마다 빨간 깃발이 주어졌는데 볼일을 보고 싶은사람은 별도 말은 할수 없었고 방문 바깥으로 그 깃발을 흔들며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깃발을 흔드는 방법도 가만히 들고 있으면 작은것, 아래 위로 흔들면 큰것, 무작위로 흔들어 대면 무엇이든 급한것이라고 했다.

그것도 화장실에서 훈병끼리의 접촉을 피하기위해 PCR 테스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리 깃발이 많이 쇄도하더라도 1명씩만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PCR 테스트 결과,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서야 화장실 사용의 1인 사용 제한이 풀리고 동시에 3명 정도씩 사용하도록 허용하였다고 한다.

 

이른 저녁, 아들은 한번은 큰것이 급해서 방문바깥에서 깃발을 흔들고 화장실을 향했다.

그런데 막상 화장실에 가서 큰 볼일을 보려고 하니 화장실 변기에 앉으니 화장지가 없는것이 아닌가.

이 순간 코로나로 인해 너무나 엄중한 상황이라 다시 방으로 돌아와서 화장지를 가지고 오기에는 화장실을 기다리는 뒷사람들이 너무 많고 조교의 눈치를 볼수 밖에 없었다.

 

망설이다가 그렇게 급한것은 아니라 결국 한번 참고 볼일 본척을 하며 생활관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결국 새벽이나 되어 결정적인 신호가 배에서 오기 시작했고 걷잡을수 없을 만큼 욕구가 밀려왔다.

아들은 급히 문을 열고 빨간 깃발을 흔들기 시작했다.  

5분 이상 흔들어도 아무 인기척이 없어 더 크게 흔들어 대었다. 

팔이 아프고 뻐근할 지경이었다.

그렇게 5분이 더 지나도 아무 연락이 없자 문을 살짝 열고 보니 저멀리 졸고 있는 조교를 발견했다.

안되겠다 싶어 이제는 불빛이 반짝이는 경광봉을 가지고 흔들어 대었다.

이 역시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결국 문을 두드리며 소음을 통해 조교의 잠을 깨웠고 이를 통해 겨우 급한 불을 끌수 있었다고 한다.

 

정말 코로나가 만든 신병훈련소의 웃픈 현실을 접하며 한참을 웃으며 아들과의 재회를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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