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명절풍경 유감 그리고 어느 여성의 선행

Stage2 2025. 1. 31. 00:13
반응형

1.

긴 설명절 연휴가 끝나고 있다.

예전의 북적거림과 왁자지껄했던

명절의 느낌은 많이 사라져 가고있다.

 

더욱이 작년부터 제사를 지내지 않고

부터는 나도 엄마댁에 명절이브에만 올라

갔다가 동생 식구들과 저녁을 한끼 같이

하고 늦은 저녁 당일 귀가하고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근데 나의 쌍둥이 동생이 일때문에

오지 못해서 막내동생네 식구들과 엄마와

함께 명절 이브 저녁시간을 보내었다.

 

명절 이브 저녁도 9시 30분 쯤 헤어지며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동생은 엄마댁이 가까워 그 다음 설날아침

다시 엄마댁으로 와 떡국을 함께 먹었지만

나는 엄마댁으로 부터 멀리 살고 있어 

그 다음날 아침 떡국을 함께 먹을수가 없었다.

 

어쨌든 명절이브 저녁 10시 반경 집에 도착하자

뭔가 허전함이 밀려왔다.

이미 약간의 취기가 있었지만 혼술을 통해 그 헛헛함을

달래고 싶었다.

비록 아내와 아들이 있었지만 이런 나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저 옆에서 함께 있어주는것만

으로도 만족해야 했다.

 

삼형제의 명절 전날의 술자리와 그 다음날

제사를 지내기 위한 장남인 나의 고군분투

좋고 나쁜 추억들이 한꺼번에 교차하며

지난 25년간의 세월들이 스쳐지나고 있다.

명절때마다 나와 아내의 알수 없는 신경전

과 다툼들에 대한 회상도 빠질수가 없었다.

 

제사가 없는 지금은 오히려 적절한 친지간의 

거리두기와 각자의 간편한 명절나기를 통해

더 좋은 관계를 위한 기회는 줄었지만

최소한 시댁문제로 벌어지는 아내와의 갈등

은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어 좋다.

 

설날 당일은 처형이 우리집을 방문하였고

아내, 처형과 함께 처남집을 찾아가 설날 당일을

처가 친지들과 함께 하며 시간을 즐겼다.

늦게 결혼한 처남의 딸인 나의 고종 조카가

아직 어린 나이인지라 재롱과 귀여움을 독차지

하며 온 식구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처남집을 출발해 처형을 먼저 모셔다 드리고

우리집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에 처형과 옛날 설 풍경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아쉽지만 지금의 풍경도

몇십년 후면 그리워야할 또 다른 설 명절의

한 순간임을 알게 될것이다.

 

2.

금일 오후 찌푸둥한 몸의 회복과 늦게 먹은 점심을

소화시키기위해 인근 강변에 산책을 하러 나갔다.

날씨가 그렇게 춥지는 않았고 강변을 따라 인근

을숙도 공원까지 왕복해서 갔다 올수 있었다.

거의 낙조가 끝이 난 상황이라 어둠이 곧 내릴것

같은 시간이었다.

 

을숙도 공원을 들러 복귀하고 있는 중에 누군가

나의 진로 앞을 약간 뛰어 가더니 이내 나를

향해 대화를 하기 위해 다가 오는 것이었다.

30대 초반의 여성으로 보이는 분이 나를 향해

지갑을 보여주며 이것이 나의 것인지 묻는것이

아닌가.

 

순간 바로 나의 지갑임을 알아차렸다.

그 여성은 나에게 이름을 물어 확인 하고는

나에게 지갑을 건네 주었다.

난 고맙다는 말을 표현하고 지갑을 확인해 

보았다.

여성은 이네 사라졌고 나 역시 반대 방향으로

거리가 멀어져가고 있었는데 그때 갑자기

뭔가 지갑을 찾아준 사람에게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 여성이 뛰어가고 있고 방향도 다른 방향이라

그냥 그 생각은 생각으로만 그치고 말았다.

그래도 또 한번의 따뜻한 사람의 선행을 내가

직접 경험하게 되는 너무 행복하고 우리사회가

다시한번 살만하고 착한 사람들로 구성된 나라

임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나도 받은 대로 누군가에게 꼭 베풀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게 일어났고 올해 새해부터

좋은 기운을 누군가에게 받은것 같아 

한 해의 출발이 나쁘지 않게 시작되었음을

확신할수 있다.

 

아름답고 건강하고 도덕적인 사회를 만드는것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표방하고 요구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아주 인간적인 것임이 분명하다.

 

반응형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해 결심 점검  (4) 2025.01.15
엄마와의 따뜻한 저녁 식사  (6) 2024.12.23
비상 계엄의 후폭풍  (4) 2024.12.10
안빈낙도와 자본주의  (8) 2024.11.25
자전거 하이킹 : 낙동강 하굿둑과 삼랑진  (10) 2024.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