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독서

이병준, <아내사용설명서>를 읽고

Stage2 2013. 10. 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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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교회에서 목회를 하는 목사로서 수년간 가정사역을 해오며 자신의 가정생활을 통해 독특한 관점을 가지고 이책을 서술해 나가고 있다. 책의 제목처럼 우리가 전자제품을 구입하고 그 사용방법을 몰라 설명서를 읽듯이 결혼을 한 부부에 있어서 남자가 여자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상세 설명서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자신이 결혼생활을 하면서 겪은 경험과 노하우를 재미있고 유익하고 재치있게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두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파트인 '서비스를 의뢰하기전에, 이럴 땐 고장이 아닙니다.'에서는 남편을 황당하게 하는 아내의 사고방식과 행동들이 결코 우리 아내에게만 해당되는 유별난 것들이 아님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를 통해 아내를 보다 폭넓게 이해하고 수용하는 관용의 마음을 불러일으키게 하여 아내와 새롭게 긍정적인 관계설정을 할 수 있는 단초가 되었다.

 

특히 '15년 7개월'이란 별칭을 가진 여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통해 나의 아내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 여자에게 문제의 원인은 결혼 후 처음 시댁에서 생긴 조그마한 오해였다. 그것을 가슴속에 모셔두고 남편과 원수처럼 살았던 세월이 15년 7개월이 되었고, 어느 날 집단 상담을 하던 중 그때서야 남편에게 그때의 일을 털어놓으며 서로의 오해가 풀리게 되었던 것이다.

 

나의 아내 또한 내가 기억하지도 못하는 과거 나의 말과 행동들을 가슴에 묻고 있다가 다툼이 있을때마다 그것을 털어놓곤 한다. 그때마다 아주 황당하고 화가 머리까지 치밀어 오르는 감정이 일어났으며 과거이야기를 또 늘어놓는구나라며 반박을 하곤하였다. 하지만 아내는 그것들을 가슴속에 모셔두지 않고 적극적으로 알리려고 하고 있어 어느 시점부터 내가 아내의 입장을 고려해서 조심하고 고치려고 하고 있느니 다행이다.

 

이 외에도  부부갈등의 대부분은 표면적 갈등이 아니라 빙산 아래 숨겨져 있는 부분에 대한 갈등인 만큼 결혼은 이전에 살았던 모든 삶의 방식을 죽이고 새롭게 부활해야만 진정 행복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두번째 파트는 '아내, 이렇게 사용하세요'인데, 아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제대로 사용하라는 메세지를 주고 있다.

 

아내와 수다를 떨어야 좋은 남편이지만 그것도 호응하고 위로하는 차원에서만 해야한다. 그렇지 않고 그것을 넘어 해결사 노릇을 한다고 "그래서 당신이 문제인  거야", "그건 당신이 잘못했어", "그래서 사람은 베풀며 살아야 돼"라고 설교까지 하게 되면 오히려 더 큰 갈등이 생기니 주의해야 한다.

 

눈여겨 볼만한 한가지 팁은 가족의 사명선언문 작성, 개인 비전보드 붙혀놓기, 정확한 역할분담을 통해 책임감 갖기 등의 가정의 프로세스를 위해 할일을 만드는 것이다. 당장 실천해 보아도 좋은 것들이다.

 

이 책의 전체적인 기조에 흐르는 맥락은 부부는 각각의 고유하고 독특한 독립적인 인격체임을 강조한다. 그래서 부부는 하나 되는 과정이 아니며 배우자가 남인것을 인정해야 비로소 자기를 사랑하는 힘을 가지게 된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열등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는 남편만이 아내를 사랑할 수 있고 아내의 열등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작가가 소개하고 있는 칼릴 지브란이 지은 '함께 있되 거리를 두어라'라는 시도 곱씹어 볼만한 내용이다.

 

행복이란 것은 완료형이 아닌 진행형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불행 끝 행복시작이라고 동네방네 광고하고 다닌 부부라도 내일 이혼하고 돌아서고 반대로 어제까지 서로 죽일만큼 원수처럼 살던 부부도 오늘부터 행복하게 살수 있다. 죽는날까지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서로에게 부족함을 채워주고 감싸주고 도와주며 나아가는 그런 부부가 되기를 소망한다. 

 

2013. 10. 4. 금요일  새벽 1시  양  재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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