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26분. 잠결에 깨어 일어나보고 확인한 시각이었다.
알람시간보다 더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아내와 결혼 후 잠깐 떨어져 지냈던 99년도 전라도 익산에서의 생활이 아련히 떠올랐다.
그 시절 약 2개월 정도 떨어져 지내다 아내가 내가 있는 곳으로 오면서 작은 기차역인 함열역에서 내가 마중을 나가서 함께 숙소로 오던 그 기억 말이다.
거친 지프차를 몰며 아내와 함께 달리던 시골길과 그 옆으로 펼쳐진 광활한 평야 그리고 누렇게 익어가던 곡식들. 그리고 해가 뉘엇뉘엇 지고 있어서 빨갛게 석양이 물드는 풍경속에 아내를 거의 2달여만에 보게된 해후가 너무도 소중한 순간이었고 기쁨이었던 한때였다.
그때는 몰랐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가끔식 그런 일들이 문득 아름다운 추억으로 떠오르곤 한다. 돈도 없고 집도 없고 경제적으로는 정말 형편없었던 시절이었지만 젊음이라는 자신감과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헤쳐갈 수 있는 오롯한 패기만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주던 날들이었다.
아마도 딱 지금의 계절과 비슷한 시기일것이다. 추석 전 약 1주일 정도를 남겨두고 나를 만나러 왔다가 함께 추석을 지내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갔던 기억을 더듬어 본다.
내가 당시 있었던 곳은 전라도 익산에서도 약 40분을 더 차로 이동하여 황등이라는 곳을 지나 들어가야 했던 아주 시골동네였다. 그래서 한번 시내로 나오기가 무척이나 어렵고 힘들었다.
우리는 돈을 아끼기 위해 수출하는 컨테이너 기사에게 부탁을해서 아내와 함께 옆자리를 얻어타고 부산으로 갔던 기억도 난다. 지금 생각하니 정말 어떻게 그렇게 뻔뻔하게 신혼부부가 그런 일을 담대하게 아무렇지 않게 낯선 사람에게 부탁을하고 그리고 함께 할 수 있었을까.
아무리 어렵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하였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신혼의 단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던 시기였고, 지금 다시 그때를 떠올리며 아내와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
아내는 그때 약 2주일 정도 전라도의 시골 생활하면서 양말이 없어 내가 시장에 갔다 사다준 빨간색, 파란색 양말을 아직도 간직하고 가끔씩 볼때마다 그 때의 추억을 곱씹으며 나에 대한 호의를 표하곤 한다
아내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금 우리의 돈독한 우정이자 사랑이자 믿음을 확인하고 나눌수 있었다. 이렇게 생활속에 서로에게 매일 의무적으로 일상을 대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민감하게 무언가를 발견하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여 공유하고 소통하는 중에 생활의 변화가 일어나고 활기가 넘치게 되는 것임을 알게 하는 하루였다..
2013년 9월 9일 월요일 오후 11시 40분 양 재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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