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제사의 의미

Stage2 2023. 4. 24.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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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목요일 갑작스런 엄마의 전화로 인해

금요일 월차를 내고

1박 2일 일정으로 엄마 곁에 함께 했다.

 

현재 함께 살고 있는 둘째동생과의

동거가 더 이상 불편하여 

함께하지 못한다는 신호를 

다급하게 보내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아버지를 떠나보낸지 벌써 27년이나

된 엄마는 이제 칠순이 넘어 자식외엔

다른 의지할곳이 딱히 없으시다.

그런데 의지할곳이 되어 주진 못해도

속을 썩이진 말아야 하는데

삼형제 중 가장 엄마와 맞지 않는 

둘째 동생과의 관계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엄마는 둘째와 더 이상 이야기도 

할수 없고 말을 꺼내기도 두려워하신다.

그것이 엄마의 뇌를 더 정신적인

불균형을 일으키고 일상생활을

할수 없게 하고 있다.

 

아무것도 할수 없다는 엄마를 

위해 이제 내 어릴적 엄마가 나를 돌보아

주었듯이 이제 내가 엄마를 

돌보아 드려야 할때가 되었다.

 

금요일 저녁 동생들과 저녁을 먹으며

엄마의 새로운 독립을 알렸다.

둘째 동생이 가장 불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제 결혼도 하지 못한 둘째는

그동안 엄마의 연결고리로 인해

만나왔던 가족들을 어쩌면 모두 잃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동생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가족들의 그를향한 태도는 분명히

달라 질수 있다.

 

지난 금요일 토요일 통한 엄마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직접 엄마를

모시고 부동산을 알아보고 작은 새로운

거처를 마련할수 있었다.

 

다행이 약 10년전부터 사업으로 돈을 꽤 벌고 계신

이모께서 엄마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위한

전세금을 대어 주셨다.

 

엄마는 이제 그동안 지내던 조부모 제사까지

내려놓으셨다.

토요일 작은 삼촌과 만나 최종 상의를 하시면서

조부모 제사는 앞으로 절에 올려놓기로 했다고 한다.

약 20년 이상 모셔온 제사를 돌이켜 보니

제사라는 의식은 죽은 사람만을 위한게 아니었던것 같다.

 

제사를 통해 암묵적으로 때가 되면 가족끼리 

만나고 먹고 마실수 있었는데 

이제 그 고리가 끊어지니 이제 더이상

서로 노력하지 않으면 만날수 가 없게 된 것이다.

 

갑자기 모두 남이 된 기분이다.

삼촌도, 동생들도 모두...

 

한편으로 속이 후련하기도 하다.

그동안 내가 장남으로서 항상 제사를 위해

신경쓰며 솔선수범하며 명절 및 기제사에서

아둥바둥하던 내 행동은 더 이상 필요가

없어졌다.

 

나의 그런행동이 필요가 없어서 후련한게

아니라 그런 나의 행동에 비해 보조해 주는 동생들의

무심함과 무관심 등에 대한 증오의 감정들에 대한

보상적 차원의 후련함이라 할수 있다.

 

이제 나의 가족들간의 관계에 있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제 서로 더 의식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가족이

되긴 힘들수 도 있고

아니면 좋은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계기가 될수 도 있을 것이다.

 

선택은 각자의 몫인데 어떻게 다들

생각하고 있을지 씁씁하기만 하다.

 

아직도 봄은 오지 않았는지

쌀쌀한 바람이 온몸을 휘감고 있다.

 

어서 빨리 봄이 오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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