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관계가 좋을때가 가장 조심해야할 때이다.
The best time to be in a relationship is the time to be most careful.
3월 1일 아들이 집을 떠나고 난 후 아내와
거의 다툴일 없이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며
최고의 시간을 보내왔다.
그런데 오늘 이 모든 평화가 무너져 버렸다.
교회를 오랜만에 나가겠다고 한 나의 말에
아내가 너무 과민반응하며 나의 선택권을
빼앗아 가버렸기 때문이다.
" 교회에 안나가던 사람이 왜 교회를 나가려 하는데.
오늘 나갈거 같으면 앞으로도 계속 나가라~~"
아마 나는 나만의 경계를 최소한 지키고 싶은
마음에 내안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나역시 이런 아내의 반응에 더 과민반응하였고
그만 큰소리로 아내의 반응을 더 크게 잠재우려고
맞서게 되었다.
아내는 여전히 나를 본인의 통제하에 두려 하는 경향이 있다.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것이 어쩌면 본능적으로 아들에게 적용해온 원칙이 이제
아들이 없는 상황속에 남편인 나에게 더 강력하게 전달되고
있는 과정의 하나일수도 있다.
가족으로서 삶의 공동체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안에서도 각자의 적당한 거리가 필요함을
몇번이나 강조하고 또 강조해 왔지만
모든게 허사가 되었다.
매번 이런 다툼이 있고 나면 느끼는것이 있다.
이런 삶을 계속 살고 있는 나의 삶이 맞는것인지.
싸움자체의 사건보다 그것으로 인해 벌어지는
다른 파생적 임팩트도 만만치 않다.
완전한 이별을 전제로 한다면 생각할 필요가 없겠지만
한번 상처난 마음의 상처를 서로가 다시 봉합하기
위해 다시 회복하기까지 적정한 시간과 에너지가 요구된다.
오늘 "아몬드"라는 소설을 일부분 읽게되었다.
감정표현 불능증에 걸린 소년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는데
거기에 화자가 말한 대목이 떠올랐다.
- 어떠한 사물도 존재하는것만으로도 가치있고 의미있는것이라고.
나역시 아내와의 이런 삶이 힘겹지만
이런 삶을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가치있고 의미있는것이라고.
그녀도 어쩌면 나 보다 더 많은 고민과 번뇌속에
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중에 한명일수도 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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