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을 가면 많이 나오는 질문이 있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것과 나 자신으로 살고 싶다는 것이다. 비슷한 질문을 자주 받는 건 인생의 많은 일이 기출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내 부모가 겪었고, 내 자녀들도 비슷한 어려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직장에 나가는 외벌이 남자들은 스스로 돈 버는 기계인가 한탄하고, 육아에 지친 전업주부들은 나 자신을 잃었다고 고백한다. 역할에 대한 강박이 클수록 책임감이 강한데, 역할에 충실하려다 보니 너무 지쳐 도망가고 싶어지는 것이다. 누군가의 아내, 남편, 며느리, 딸, 부모로 사느라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잊었다 말하는 사람이 유독 많은 건 ‘우리’라는 주어를 ‘우리’만큼 많이 쓰는 민족이 없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우리 아이, 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