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잠시 엄마댁에 들러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엄마는 식탁 앞에 차와 과일을 주시며 자식을 위한 작은 먹을거리를 준비하셨다.
우연히 나오게 된 아내에 대한 불평들에 대해 나의 반응이 새삼 스스로가 놀라웠다.
예전같았으면 같이 아내의 잘못된 점에 동조하며 엄마를 두둔했겠지만 이젠 더이상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엄마가 더 관대하고 아내를 있는 그대로를 봐달라며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엄마는 내가 삼형제 아들 중에 가장 친근한 애인이자 남편 친구로 생각하고 계신다고 하신다. 다른 두 동생들은 너무 삭막하고 매마른 감정과 반응으로 더 이상 그들에게는 기대하는 것이 없게되었다.
심지어 막내 동생내외와 손주들에게도 얄밉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걸 보니 엄마의 요즘 심정이 얼마나 극과 극을 달리며 출렁이고 있는지를 쉽게 알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엄마의 그 솔직함에 내가 불편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사시며 솔직하게 털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없었겠구나하고 죄송한 생각에 아련해 지기도 했다.
어쨌든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이렇게 쉬운일은 아님을 알게 된다.
자식을 다 키워 출가를 시켜도 새롭게 재기되는 수많은 난관과 고난과 여러가지 마음고생들 그리고 관계들...
나를 너무 의지하고 있는듯한 엄마에게 감히 하지 못한 말이 있었다.
나도 이제 한 아내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빠이고 한 집안의 가정이라고.
이젠 엄마의 아들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역할로서의 위에서 언급된 다양한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말이다.
오늘 엄마의 불평을 들으며 그동안 엄마의 굴레속에 내 신념과 생각이 형성될 수 밖에 없었음을 불현듯 깨달았다. 이제는 그 굴레를 벗어나 아내입장에서 시어머니를 배재한 온전히 아내와의 관계속에 내 마음의 주파수를 맞추어야 함을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엄마가 보다 유연하고 관대하기를 바라지만 엄마가 여자로서의 가질수 밖에 없는 한계를 인정하고 자식으로서 최선을 다해 모셔야할 숙제가 남아있을 뿐이다.
2016. 11. 28. 월 오후 11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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