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속에 불편한 생각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조금전 아내의 짜증섞인 일상생활속의 작은불평들을 더이상 받아 주지 못하고 토해내고 말았다.
아내는 항상 그렇게 자신의 의견을 수없이 얘기하고 사소한 주변 이웃과 동생, 지인과 친구들과의 일거수 일투족을 나에게 이야기 하곤 한다.
아내가 좋은 이야기로 시작해서 좋게 끝을 맺는 경우도 있으나 오늘은 나쁜 이야기로 시작해 부정적인 내용과 불평, 불만을 쏟아내는 통에 내안에 가득했던 불편한 마음이 더 우울해하거나 나빠지지 않기 위해 토해낸 반사적이고 생존적인 반응이었다.
막상 물을 엎지르고 나면 후회하듯 엎질러진 아내의 기분은 되돌릴수가 없었고 나 역시 쉽게 타협하거나 너스레를 떨수 있는 용기와 관용도 없었다.
잠시 후 태권도장을 다녀온 아이에게 잠깐동안 팽팽한 톤의 목소리가 전달되었고 이내 평소의 톤으로 전환되고 있었다.
아이에게만은 고도의 절제와 자제를 견지하며 교육하고 있는 아내를 존경할만 하지만 오늘과 같은 상황에서는 모든게 부질없어 보이는 태도이자 억지스런 전형적인 수다스런 아줌마의 모습이다.
오늘 불편한 생각들로 이미 가득했던 것은 역량평가 결과에 대한 팀장의 컴멘트 내용때문이다.
더넓고/더 크게볼 수 있는 시각과 핵심을 보다 명확하게 파악하는 시각이 요망된다는 내용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평소 남의 비판을 좋게 받아 들여야 한다는 교과서적 생각을 막상 나에게 적용하려하니 쉽지가 않았다. 자꾸만 나를 다시 들여다 보게 되었고 마음의 불편함과 팀장과의 그동안의 여러가지 대화내용과 상황들이 떠올랐다.
이렇게 인간은 간사하다. 아니 인간이 아니고 내가 간사하다. 이중적이고 한심하기 짝이 없다.
나에 대해 짧게 평가한 문구로 인해 이렇게 내 안의 무언가가 혼란스럽고 우울해 질줄은 몰랐다.
지난번 패북에 올렸던 글이 생각났다.
타인의 비판에 쉽게 상처받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자신의 긍정적 에너지로 바꾸어 삶을 변화시켜야한다 라고 썼던 기억이 있다.
정말 글로서만 이해하고 깨닫고 있으며 이것이 나의 생활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그동안 내가 읽고 쓰고 깨달은 것들이 실천적 삶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일까.
정답은 없지만 나에게 맞는 해답은 있다.
첫째, 이중적 삶을 지양하고 언행일치의 삶을 그냥 살아가면 된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다시 실천하기 위해 결단하고 실천하면 된다.
그리고 또 실패하면 또 실천하며 나아간다.
미래의 어느 순간 그것이 줄어드는 날이 있을 것이다.
둘째, 꾸준히 수양하기 위한 삶으로서 읽고 쓰는것을 멈추지 않고 해 나가는 것이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읽고 쓰는 일이 사람을 변화시킬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고 했듯이 이 또한 나에게 큰 위안이자 희망을 주는 말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어쩌면 이것이 나를 더 낳은 방향으로 제2의 인생을 위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더구나 오늘 그 생각을 더욱 강렬하게 느낀 하루였다.
그저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쓴다는 것을 나도 할수 있겠구나라는 막연하지만 다가올 미래의 내모습이라는 상상을 해보았다.
글을 씀으로서 내 안의 불편한 감정과 혼란스런 마음을 글로 풀어내어 남김으로서 내면을 정화하고 속을 후련하게 해주는 글쓰기의 매력을 조금씩 느끼게 되었다.
더구나 언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풀어내는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다.
셋째, 하루에 최소 2시간은 자신에게 투자하고, 나머지 시간은 가족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아내가 나에게 어떠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받아 줄 시간을 비워두기 위해 자신에게 투자하는 시간을 확보해 두어야 한다. 주로 새벽이 되어야 하며 그때 만큼은 누구의 명령도 지시도 없고 방해도 없는 나만의 시간으로 만들수 있도록 습관화하고 의식화해야 한다.
갑자기 장황한 결심이 되었지만 나름 괜찮은 사고의 흐름이 나를 인도하였다.
어느 누구의 말로도 나를 평가할 수 없고 누구의 글로도 나를 무너뜨릴 수 없다.
나를 평가하고 나를 무너뜨릴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어야 한다.
더 이상 남의 잦대와 세상의 잦대에 아파하거나 힘들어하거나 우러러 보지 말자.
나만의 원칙과 의견과 목소리가 내 삶의 중심이 되는 인생으로 만들어 가자.
돌아가신 구본형 작가의 두 책(익숙한것과의 결별, 마흔세살에 다시 시작하다)을 최근에 읽으며 느낀 소회와 내 최근의 일상을 버무려서 장황한 글이 되어 버렸다.
작가의 책 제목처럼 내 나이 올해 "마흔세살에 다시 시작하다"라고 새로운 인생을 항해하고 싶다.
2015. 1. 28 수요일 양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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