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의 양말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뒷꿈치에 하얀 속살이 드러나 보이며 나에게 눈웃음을 치는듯 했다.
순간 울컥 했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 하더니 눈시울이 약간 불거 졌다.
아내에게 잠시 이리 오라고 하고 발을 나에게 가져왔다.
양말을 벗기고 나서 그 양말을 바로 찢어 버렸다.
찢겨진 양말이 내 안의 가슴과 닮아 있었다.
다시금 울컥하고 가슴이 아팠다.
아내가 눈치챌까 싶어 순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한 탬포의 숨을 몰아쉬고 앞으로 이런 양말은 절대 신지 말라고 하고선 내 가슴이 찢어지는듯 하다며 너스레를 떨듯 몰아 붙었다.
아내는 자신을 생각한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찢기는 양말을 보며 왜 그러냐며 신어도 된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내심 좋아하는 눈치였다.
그동안 나와 결혼한 이후 아들을 키우며 한때 박봉의 월급으로 살아낸 아내의 삶이 내 머리속에 서 오버랩 되었다.
여전히 아내는 검소하다. 아니 검소하다 못해 인색(?)하다는 느낌이다.
물론 당사자인 자신은 절대 그렇지 않음을 확신한다.
그런 아내의 인색함스러움으로 얼마나 많이 다투었던지..
그것이 과연 나의 허영을 나타내기 위함이였는지는 다시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어쨌든 아내의 오늘 모습은 나의 내면을 울리고 말았다.
그것도 미생에 나오는 장그래가 직장에서 계약직으로 인해 겪는 아픔이 나에게 투영되어 그 슬픔과 짠함은 배가 되었다.
아내를 대함에 있어 낯설은 사람을 대할때 보다 더욱 상냥하고 친절하고 배려하며 대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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