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병원 응급실 풍경-이기적인 인간

Stage2 2013. 6. 14.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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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몸이 아파서 병원 응급실에 오게되었다. 그것도 119급차를 타고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도착하고 조금지나면서 링거를 맞고는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

그런데 피검사, 심전도 검사 등 여러가지 검사를 끝내고 그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천태만상을 경험하게 되었다.

장면1.
한 2시간이나 지났을까 한 분이 응급차에 실려오시고 웅성거림과 함께 가족들의 흐느낌이 들렸고 의료진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잠시후 대성통곡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응급실에서 돌아가신것임을 감지할수 있었다. 나이드신 노파가 지팡이를 짚고 계시고 그며느리의 한탄소리로 보아 아마도 50대중반 정도의 노파에게는 아들이자 며느리에게는 남편이 되는 듯했다.

이내 피로 뒤범벅이된 의료진 몇명이 그자리를 떠나고 정리를 하시는 보조원들이 육신을 다른곳으로 이동하면서 한바탕의 소동(?)은 일단락 되었다.

장면2.
한 환자분은 배가 아프신지 꽤나 되신것 같은데 아프다며 고통을 호소하시면서 처방을 요구하지만 다른 환자들로 눈코뜰새 없는 레지던트와 간호사들은 정신없이 각자의 당면한 일로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자꾸만 아이고하며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를 보다 못한 간호사가 짜증이 썪인 목소리로 다른 동료 간호사에게 '저 사람 의사 한테 얘기하세요'라고 했고 그것을 그 환자의 가족이 듣게 되었다.

환자가 나이가 65세 이상 된 분이였기에 나이어린 간호사가 그런 짜증썪인 투로 비존칭의 말을 한것에 대해 그 부인이 화를 내며 실언을 한 간호사를 다그치고 순간 전 응급실의 분위기가 살벌해 졌다.

이외에도 어떤환자분은 CT 촬영이후 응급실 의료진으로부터 4시간이 지나도록 결과를 제대로 상담받지 못하자 의료진에게 항의하며 중간에라도 소통해주지 못한 의료진에 대한 불만을 털오놓았다.

 

그야말로 응급실은 전쟁터와 같은 아수라장처럼 숨이 막히고 혼란스런 상황들로 압도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의 다툼과 대화를 관찰하고 생각하면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부분을 생각하게 되었다.

 

결론은 '인간은 이기적이다' 라는 것이다.

 

응급실의 의료진은 환자의 오랜 기다림 그리고 병의 경중에 따른 우선 진료를 시행하고는 있지만 그것을 현실에 적용함에 있어서는 어려움이 따르고 이를 환자들은 완벽하게 요구하고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서로의 이익을 위해 아니 각자의 이기적 생각들로 인해 이러한 갈등과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일수록 서로를 향한 우리의 표정과 말들이 더욱 친절하고 배려할 수 있는 것들로 채워진다면 응급실의 혼란스럽고 최악의 환경은 서로의 인내와 여유로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아내의 검사결과도 응급실에 도착한지 5시간이 지나서야 알수 있었고 다행히 큰 문제는 없는것으로 판명되고 몸 상태도 호전되어 새벽에서야 퇴원하게 되었다.  

 

나는 아내에게 오늘 응급실에 함께 있는것을 당신과 나 둘만의 데이트를 하는것으로 정의하고 비록 응급실이지만 오랜만에 아이없이 당신과 단둘이 이렇게 오손도손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되고 있다고 했다.

 

아무리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인간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따라 천당과 지옥이 될 수 있음을 자각하는 순간이었고 이를 통해 내가 그런 중요한 진리를 실천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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