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여름향기

Stage2 2012. 7. 21.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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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에 일어나 상쾌한 토요일 주말 아침을 맞으며 잠깐 접한 바깥 공기를 통해 여름의 초입에 있는 계절의 향기를 느끼고 이와 관련된 많은 추억들이 머리속을 헤집으며 스쳐 지나 간다.

 

1.

초등학교 4학년 어느 여름날 아버지 회사분들과 그 가족 모두와 함께 떠난 여름 바닷가의 애틋한 상념이 떠오른다. 아마 동해바다 솔개 해수욕장이었던것 같다. 당시 내 또래의 아이들은 대부분 거주지가 같은 지역에서 살고 있었던 터라 그곳에 여행을 와서도 나름 서로 재미있는 한때를 보냈었는데 수영하고, 조개잡고, 모래성을 쌓았다가 부시는 등 유년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리고 어른들이 배 낚시를 통해 잡아온 물고기를 회로 먹었던 그 알싸하고 맛있는 기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2.

한 여름밤 대청마루에서 할머니의 부채바람과 머리를 스다듬어 주시는 체온과 함께 먹던 옥수수의 향기가 오버랩된다. 이젠 돌아 가신지 거의 11년이 되어 가고 있으나 언뜻 생각나는 할머니에 대한 향수는 내가 이세상에 있는 한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3.

93년 8월부터 95년 10월까지 군복무를 하던 시절 맞이하던 여름의 아침향기가 떠오른다. 매일아침 6시면 울리던 기상나팔과 불침번의 "특공대 전우여러분, 기상하십시요!!!"라는 소리가 아직도 귓전에서 맴돌고 있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사단 전체의 유격훈련을 우리가 유격조교로 시행하여 마치고 진지구축 공사나 다른 영내 교육훈련으로 나름 힘든 지루함과 반복되는 일상에 무료함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4.

99년 졸업을 하고 첫째 직장에서 만난 형님의 지인을 통해 얻게된 두번째 직장이었던 전라북도 익산의 '예광'이라는 회사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맞이하던 늦여름의 추억이 짧지만 강렬하게 남아있다. 근무한 날들은 8월 말 부터 10월 중순까지 겨우 1.5개월 정도의 짦은 기간이었지만 당시 미국 뉴욕 인근 도시 출신이었던 다니엘 형님을 처음 만나고 알게된 아주 소중한 계기였다.

그 이후 10년이 넘도록 다니엘 형님과의 인연의 끈을 이어오게 되었고 한국 여성과 결혼을 하시고 영원히 작년 3월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나에게는 유일한 진정성있는 나름 서로의 감정을 주고 받았던 외국인 친구였다.

 

현재의 나는 과거 나가 만들어 낸 것이며 미래 또한 지금이라는 현재를 통해서 이루어 질 것이다. 좋은 것을 추억하고 회상하는 것은 보다 낳은 미래를 위해 알차게 현재를 살아가는 하나의 선물일 것이다.

 

이러한 선물 주머니를 현실의 삶이 가끔씩 힘겹게 느껴질때 한번씩 꺼내보고 반추하면서 삶의 새로운 에너지로 승화할 수 있는 현명함을 발휘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012년 7월 21일 토요일 아침 6시 40분 양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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