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간 아들에게 잠깐 전화를 했더니 산을 올라가고 있다며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내가 지금 어느산이냐고 물으니 "아빠, 나 지금 화장실 가야되는데..." 라며 통화하기가 어렵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것도 여전히 영악한 중2의 모습이 아닌 순수한 때묻지 않은 한 아이의 모습으로.
그래서 나는 "그럼 나중에 시간나면 아빠한테 다시 전화해"라고 말하고는 이내 전화를 끊었다.
아이의 억양이 아직도 어린아이와 같은 향기가 배어 있어 전화를 끊고 피식하고 웃음이 났다.
나의 어릴적 모습 그대로를 닮은 아이의 모습에 어쩔수 없는 연민이 묻어 나온다.
퇴근길에 아내 가게에 들러 함께 집에 가는길에 이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는 현석이 나이때에 그렇게 순진하지 않고 약삭빠른 아이였다고 했다. 그럼 나의 어릴때와 비슷하다고 했더니 아내가 동의하는 듯한 말과 함께 적절한 호의를 표한다.
어제부터 아이가 없이 우리 부부 둘만 집에서 보내다 보니 아이가 벌써 그리워 진다.
오늘 퇴근 지하철에서 3살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엄마와 함께 들어오는 것을 보며 우리아이의 어릴적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갑자기 아이의 얼굴과 맑은 눈을 보며 한없이 그 속에 풍덩 빠져들고 싶었다.
주변의 어른들 역시 나와 똑같은 심정이었는지 시선을 아이에게 고정하며 은근한 미소로 포근하고 넉넉한 표정으로 대하고 있음을 보게된다.
아이 옆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는 아이에게 사탕을 건네주시며 아이를 보고 웃고 엄마를 보고도 괜찮지라는 신호를 보낸다.
아무리 생각해도 육체가 세월과 함께 성숙하고 늙어가고 쇠약해지지만 마음만은 동심을 가지고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친구들을 만나면 현재의 나이가 아닌 학창시절의 그때로 돌아가고 그때를 회상하며 여전히 어른이 아닌 착각(?)속에 순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
최근 진주 제사 참석때 50세를 넘긴 용채 형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생각할때 아직도 아이인데 지금 애들이 나를 볼때 완전히 큰 어른으로 여기는 게 아닌가!" 라며 놀라운 표정을 짓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항상 동심에 머물고자 하나, 세월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2015년 5월 14일 목요일 양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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