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사랑하는 아내에게

Stage2 2013. 7. 1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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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내에게

 

당신과 부부의 연을 맺은 지 어느덧 14년이라는 세월이 주마등처럼 흘러가고 있네요.

 

이 편지를 쓰면서 당신과 나 사이에 지나온 과거를 세심하게 돌아보고 내가 당신에게 어떠한 남자였는지 제3자의 객관적인 입장에서 생각하는 아주 소중하고 가치있는 시간이것 같네요. 이 편지는 지나온 과거에 대해 내가 당신에게 잘한 것보다는 못한 일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반성문이자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우리 부부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 나의 결의문이라 생각해 주기 바래요.

 

1999 5, 결혼을 일주일 남겨둔 시점에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일기장 사건이 생각납니다. 내가 조금 더 현명하지 못해서 과거의 연애사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그 과거가 담긴 일기장을 통해 당신이 알게 되어 매우 마음 아파했던 것을 사과합니다. 또한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내가 당신에게 화를 내며 그것도 이해 못하느냐며 막말을 했던 것을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결혼을 하여 아들 현석이가 태어나고 시댁과 접촉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시댁식구들과 시작된 갈등들을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되었지요. 어느 순간 겉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눈덩이가 된 갈등을 발견하고 그 원인을 모두 당신에게 돌리려고 했던 이 못난 남편을 용서해 주세요. 장남의 며느리로 시집와서 오직 홀로 남겨진 섬과 같았던 당신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중간에서 제대로 조율 하지 못한 이 사람을 진심으로 용서해 주세요. 또한 당신의 시어머니와 시동생들을 대신해서 용서를 구합니다.

 

현재 우리 가정이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모두 당신의 근검절약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알뜰한 살림살이를 나쁜 구두쇠 심보로 가치 없이 치부해 버린 것을 진심으로 반성합니다. 신혼 초 셋방살이하면서 박봉의 월급을 매달 쪼개어 저축부터 하고 남은 돈으로 제대로 먹지 않고 입지 않고 보낸 세월을 생각하면 항상 애잔함과 먹먹함으로 다가오네요. 아직도 가끔 당신의 기워진 양말을 보노라면 당신이 얼마나 가정에 헌신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20년 넘게 각자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고 성격이 다른 두 남녀가 만나 하나의 가정을 이루고 아무 문제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입니다. 나 역시 그런 사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그것을 근거로 당신에게 때론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는 말과 행동을 해서 당신의 마음에 상처를 준 일을 미안하게 생각해요.  당신의 의견과 생각이 나와 대립될 때 당신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단지 나와 다른 것임을 깨닫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지 못한 것을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해요.

 

이외에도 당신이 지난 14년 동안 나와 살아가면서 섭섭하고 마음 아파하고 여전히 마음 깊숙한 곳에 나에 대한 증오와 미움이 남아 있는 것들이 있다면 모두 꺼내놓고 나를 질타해 주세요.

 

앞에서 말한 당신을 향한 나의 사과, 용서구함, 반성 그리고 미안함을 진심으로 받아주기 바래요.

 

이번 아버지학교 수료를 계기로 당신과 함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고 싶어요. 과거의 아팠던 기억은 이제 훌훌 털어버리고 좋은 추억만을 현재와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삼아 행복하고 즐거운 가정을 만드는 첫 출발점으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상황에 맞게 우리 부부에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성경말씀으로 전합니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 <고린도후서 5:17>

 

사랑합니다. 여보!

이 생이 다하는 날까지 평생 당신만을 사랑하며 보호하며 지켜 줄 것을 하나님 앞에 진심으로 맹세합니다.

 

작열하는 초여름의 오후에

 2013 7 10

당신의 영원한 동반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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