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고교시절] 이벤트가 있는 식목일

Stage2 2016. 12. 6.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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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이벤트가 있는 식목일

1990년 4월 5일. 그때만 해도 식목일은 국가 공휴일이었다.

3학년4반 담임선생님이신 우리 찌학 선생님(이경훈 선생님)께선 식목일 전날 우리반 모두에게 일정에 대해선 전혀 언급 없이 식목일 당일 오전 9시까지 전원 다 학교에 모이라고 명령(?) 하셨다.

모두들 불만을 털어 놓으며 쑥덕거렸지만 그 시절 선생님의 위상 앞에선 아무도 댓구할 수 없는 의미없는 몸짓(?)만이 간혹 난무할 뿐이었다.

유추해 볼 수 있는 일정이라곤 식목일인 만큼 나무를 심자는 이유인것 같았지만 본 뜻은 다른곳에 있을것이란 추측을 하였고, 도저히 나의 머리로는 다른 일정을 생각해 낼수 는 없었다.

식목일 당일, 느즈막하게 9시를 조금 넘긴 시각 학교에 도착하였다.
운동장을 들어서니 이미 많은 아이들이 서로 뒤섞여서 축구공과 함께 신나게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축구경기를 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나도 신이나서 선생님께 꾸벅 인사를 하고선 같이 함께 어우러져 내 안에 짓눌려 있던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였다. 선생님께선 심판을 맡으셨고, 많은 인원이 참가하였기 때문에 동네축구 같은 분위기였지만, 우리 반 전체의 유대관계가 더욱 공고해지는 화합의 장이 되었다.

이제서야 선생님의 숨은 의도를 알게되었다. 공부로 인해 힘들고 지친 우리 고3 수험생들의 심신의 스트레스를 스포츠와 반 전체 교류의 장을 통해 날려버리고 새롭게 잘해보자는 취지였던 것이다.

경기가 끝이나고 찌학선생님의 전용차(프라이드)에서는 과자와 음료수 등 많은 간식거리들이 우리들의 입을 더욱 더 즐겁게 해주었다. 반 친구 모두는 선생님께서 뜻밖에 준비해 주신 소중한 이벤트에 감탄하고 기뻐하며 잔인한 계절 4월의 한 때를 즐기고 만끽하고 있었다.

이제 그때 선생님의 나이보다 휠씬 많은 마흔 중반의 나이를 먹게 되었다.
세월이 흘렀지만 그 시절 처음으로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제자들을 위한 작은 사랑은

잊지못할 울림이 되어 영원히 나의 머리속에 각인되어 있다. 영화 '죽인 시인의 사회'에 존 키팅 선생님처럼...

선생님, 정말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우리 담임선생님 찌학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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