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아내가 많이 아팠다.
꺼져가는 촛불처럼 아주 옅은 목소리를 가냘프게 내뱉었다.
몸이 너무 아파 죽을것 같아고...
오전 이미 약속된 부동산 임장을 겨우 마치고 부전시장에 장을 보고 나서, 병원을 향했다.
아내의 상태가 너무 악화되는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진료를 보기위해 기다리고 있는 아내는 몸상태가 더 악화된 것 같아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아내가 "내가 죽으면 ...", "현석이가 정말 보고싶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나역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정말 이러다 아내에게 무슨일이 일어나는게 아닌지 정말 모든게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아내를 더 보살펴 줘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다.
의사선생님께 진찰을 받는데 아내는 그만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몸상태에대해 한탄하듯 말하였다.
그러자 의사선생님은 몸의 이상보다는 신경정신과적 문제라며 진료비없이 그냥 관련 병원으로 가서 진찰을 권유했다.
아내는 몇번을 자신의 상태는 부신에 이상이 생겼기때문이라고 고집을 피웠지만 선생님은 완고하게 아니라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진료실을 나와 계산을 하고 나가려던 차에 선생님께서 아내에게 다시 다가 오셨다.
분명히 부신문제는 아니니 검사해도 백프로 문제없는 걸로 나올테니 쓸데없이 돈과 시간 쓰지말고, 현재 신경정신과적 문제가 있으니 그것관련 처방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아내에게 좀 건강염려증에 대한 강박증을 내려놓으라고 말했다.
집에와서 아내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아프지 말라고 말했다.
아프면 나도 정말 우울해 진다고 말했다.
눈물이 또 났다. 아내도 울고 나도 울었다.
내가 이 아파트에 이사왔을 무렵 현석이가 신종플루에 걸려 강동병원에 격리되어 아내가 병간호하다 함께 신종플루에 걸린 때가 떠올랐다. 그때의 심정과 동일한 감정이 떠올랐다.
가족이 무너지고 나역시 무너지는 그런 느낌.
경제적 버팀목인 직장도 다닐 힘조차 용기조차 없어지듯 무너지는 그런 처참한 심정들이 떠올랐다.
아련한 그때의 추억과 함께 다시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
현석이와 아내 그리고 나 이러한 연결고리가 막상 얼마나 중요한 것들인지 말이다.
공기의 소중함을 평소에 알지 못하다가 막상 위험한 상황에서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알싸한 가을공기가 오늘의 이 묘한 우울감을 한층 더 깊이 빠지게 했다.
강렬했던 한 여름의 열기가 완전히 꺾기고 남은 쓸쓸함과 허전함이 공존하는 이 계절이 주는 성장통이다.
우리 가족이 함께 잘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성장통을 극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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