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2

[백영옥의 말과 글] [201] 나를 바라보는 법 2021.05.22

강연을 가면 많이 나오는 질문이 있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것과 나 자신으로 살고 싶다는 것이다. 비슷한 질문을 자주 받는 건 인생의 많은 일이 기출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내 부모가 겪었고, 내 자녀들도 비슷한 어려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직장에 나가는 외벌이 남자들은 스스로 돈 버는 기계인가 한탄하고, 육아에 지친 전업주부들은 나 자신을 잃었다고 고백한다. 역할에 대한 강박이 클수록 책임감이 강한데, 역할에 충실하려다 보니 너무 지쳐 도망가고 싶어지는 것이다. 누군가의 아내, 남편, 며느리, 딸, 부모로 사느라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잊었다 말하는 사람이 유독 많은 건 ‘우리’라는 주어를 ‘우리’만큼 많이 쓰는 민족이 없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우리 아이, 우리 ..

백영옥의 말과 글 [151] 365일과 36.5도 2020.5.30

가까운 지인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자가 격리 중이다. 확진이 아니라 다행이지만 그래도 좁은 공간에 홀로 갇히는 경험은 고통스러울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집단 감염이나 등교 중지 같은 코로나발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답답하고 고통스럽다. 고통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우선 누군가를 원망하는 일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후 내가 겨우 알게 된 건, 모든 고통에는 '의미'가 있다고 믿어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러스를 이겨낸 사람들에겐 항체라는 훈장이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깨진 잔 속의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쏟아진 물 앞에서 운다고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깨진 잔을 치우고 쏟아진 물을 닦는 것뿐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해결책은 내 밖의 과거에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