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외할머니의 마지막 끼니

Stage2 2020. 3. 1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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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 부고 3일째, 발인일이다.

장례식을 마친 엄마와 통화를 했다.

외할머니가 정말 돌아가시기 며칠전부터 곡끼를 끊으셨냐고 여쭤보았다.

엄마는 태연하게 사람이 죽을때가 되면 빠짝 말라서 돌아가시기 때문에 원래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죽음을 준비하는 한 과정중의 하나가 끼니거르기라는 말이다. 생경한 말이다.

 

뭔가 알수 없는 세월과 삶이 주는 노련함과 지혜가 엄마의 말에서 느껴졌다.

마지막 외할머니의 모습을 직접 볼수는 없었지만 엄마의 말한마디가 외조모의  마지막을 더욱 더 생생하게 해 주었다.

 

이제 엄마의 엄마를 떠나보내고 마지막 몇년을 잘 모시고 떠난 엄마의 마음은 슬픔보다는 뿌듯함과 홀가분함이 공존한다. 그런데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속담처럼 홀로 되신 엄마의 상황을 걱정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엄마는 더 씩씩하게 당신의 남은 노후를 더 독립적으로 당당하고 아름답게 살아가겠노라고 자신감있게 말씀 하셨다.

아들의 엄마에 대한 걱정에 대한 형식적인 반응이라기 보다는 진심으로 엄마 노후를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음을 확인하고서는 조금 안도가 되었다.

 

이제는 엄마와 더 많은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잠잠해 지면 형제들 모두 모여 엄마와 마음편히 밥한끼 먹고싶다.

외할머니가 마지막 임종전까지 드시지 못한 끼니의 몫만큼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그 시간들로 채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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