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결혼 20주년 : 사랑하는 아내에게 쓰는 편지

Stage2 2019. 5. 24.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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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내에게

 

여보, 이렇게 지면으로 당신과 대화하게 되니 정말 생경한 기분이 드네.

2013년 교회에서 부부학교를 수료하며 썼던 편지가 최근 마지막인듯 해.

이후 벌써 6년의 시간이 지나고 어느덧 당신과 결혼한지 20년의 시간이 주마등 처럼 지나가 버렸어.

젊은날 당신과 함께 한 많은 추억들이 머리속에 가득하다.

현석이가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인걸 보면 우리가 함께한 그 세월을 그대로 증명해주는 살아있는 화석이자 우리사이의 보물 1호지 않나 싶어.

 

당신과 지난 20년을 회고하면서 가장 기뻤던 일과 가장 슬펐던 일을 한번 회상해 보았어. 가장 기뻤던 일은 역시 당신이 현석이를 병원에서 세상밖으로 내보내고 수척해진 그때 당신 모습이 너무나 안스러웠지만 사랑스러웠지. 정말 새로운 생명에 대한 놀라움과 당신이 그 생명을 탄생시켰다는 경이로움이 교차하며 가졌던 당신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그런 복합적인 감정들이 섞여있었던 것 같아.

 

가장 슬펐던 일은 말하고 싶지 않지만 2008년 현석이 동생을 가졌다가 결국 아쉽게 포기해야했던 그 순간이 아닐까 생각해. 비록 그 당시 현석이에게도 필요했던 동생이었지만, 지금은 혼자인 현석이가 훌륭하게 잘 자라줘서 너무 대견하고 고마울 뿐이야.

 

지난 2013년 썼던 편지를 당신은 기억할지 모르지만 내가 당신에게 잘못했던 부분에 대한 용서와 사과에 대한 반성문 성격의 내용이었지. 이번엔 우리 가정을 위해 헌신해준 당신에게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담고 싶다.

 

먼저 아침마다 정말 신경써서 견과류, 삶은계란, 과일, 믹스한 당근과 마 그리고 기타 건강음료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챙겨주는 당신의 정성이 너무 고맙고 감사해. 우리가족이 이렇게 건강한것도 모두 매일그렇게 신경써서 챙겨주는 당신 덕이라고 생각해. 매일 말로는 못했지만 이렇게 글로서 표현하게되서 다행이야.

 

둘째 소박하고 사치없이 가정경제를 너무 너무 알뜰히 챙겨줘서 고마워. 때로는 지나친 구두쇠로 보여 서로 불편해하고 갈등이 생기기도 했지만 미래를 위한 준비로 생각하면 나쁜 선택은 아니니까. 하지만 이제 중년을 넘어가는 이 시점에 당신 스스로에게도 좀 관대하게 선물하고 투자해가는 지혜와 여유가 있었으면 해. 여행도 가슴떨리고 한살이라도 젊을 때 해야지, 다리가 후들들 떨릴 때 하지말고. 70대 보는 뉴욕과 30대 또는 40대 때에 보는 뉴욕은 완전히 다르거든.

앞으로 그런 시간을 서로 많이 만들어 갈수 있도록 하자.

 

셋째 내 인생의 동반자로 지금까지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때로는 심한 갈등으로 많은 다툼을 경험하면서 지난 20년동안 서로의 성격은 그리 변하지 않았지만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의 폭이 훨씬 넓어진게 사실이잖아. 앞으로도 서로 알콩달콩 함께 내 옆자리를 잘 지켜주는 친구이자 연인 그리고 죽는날까지 함께하는 동반자로 남아주길 바랄게.

 

어쨌든 지금까지 이렇게 무탈하게 우리가정이 경제적 물질적으로 문제없이 건강하게 살아온 것은 이또한 역사하시는 하나님께서 우리안에 함께하시고 우리가정에 함께 하시기 때문이 아닐까. 앞으로 교회에도 함께 다니며 믿음으로 하나되는 당신이 되어주길 부탁해.

 

맑은날만 계속되면 사막이 되듯이 비도 내려줘야 비옥한 땅이 되지 않을까. 여러가지 기쁨과 행복 그리고 고통과 아픔이 공존했던 삶이 었었기에 우리를 이렇게 더 윤택하고 견고한 가정으로 만들어 주었을 거야.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함께 나누고 이겨내고 기쁜일엔 서로 축하하며 행복이 배가되는 그러한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우리가 되자.

 

2019. 5. 23

결혼 20주년을 맞이하며

당신의 영원한 동반자

남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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