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아내가 아들에게 쓴 편지

Stage2 2017. 6. 19.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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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년전 아내가 아들에게 써 놓은 편지를 보며 잠깐 상념에 잠겼다.

제 3자의 입장에서 읽으면 아무런 감흥도 없는 그런 평범한 문장이다.

 

하지만 그 때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 나로서는 짠한 마음이 물씬 풍기는 그런 내용이다. 더우기 마지막 문장 "밥 챙겨먹고 자전거 타고 놀거라!"를 읽으며 놀이기구를 탈때 느끼는 그런 관성에 의한 내장의 꼬임같은 것들이 밀려왔다.

 

아내는 처형 미용실이 오픈한지 얼마되지 않아 그곳에서 아르바이트겸 일을 하고 있었고, 나는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퇴직을 약 20여일 앞두고 옮길 직장도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속에 안개와도 같은 미로속의 불투명하고 우울한 분위기속에 있는 시간이었다.

아이는 이제 중 2학년이었지만 아직도 엄마의 손이 필요하고, 순박함과 순진함이 더 많이 묻어나오는 소심하지만 정의롭고 말 잘 듣는 소중한 우리 사랑의 증거였었다.

 

아내는 항상 아이의 건강과 안위를 걱정하고 있는 그런 심정을 이 편지로 대신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이가 방과후 텅빈 집에 돌아와 항상 반겨주던 엄마가 없지만 이 편지를 통해 무언가 온기를 느끼고 엄마가 올때까지 잘 놀고 있어주기를 바라는 그런 모성애가 지극하게 묻어 나온 그런 편지이다.

 

아이 역시 지금은 나의 키만큼 훌쩍 자랐지만 그때 놓여진 어둡고 불투명한 미래 상황과 우울한 내 마음들이 아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있는듯 하였다. 그래서 더 마음이 짠한 2년전의 생생함이 지금 내게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을 보다가 느낀 한 순간의 소회가 나름 카타르시스를 가져다 준다.

그리고 삶의 새로운 목적과 이유를 만들어 준다.

추억이 결코 과거로 묻히지 않고 현재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게 한다.

 

몸안의 새로운 호르몬이 돌기 시작하니 이것이 바로 생의 활력인가 보다.

 

2015년 8월 초 주말. 아들과 함께 돼지국밥으로 주린 배를 달래다. 아내가 처형 미용실에 나간 후로 아들과 외식하는 일이 많아진 시기였다. 더우기 8월 말 나의 희망퇴직으로 가정적/개인적으로 어렵고 힘든 시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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